본문 바로가기

미국살이/라떼는말 (정착일기)

Minnesota vs Minnesora

냉장고의 미네소타 지도

미국 도착한지 한 달 남짓 되었을 때, 운전해서 미네소타에서 위스컨신을 거쳐 일리노이 주에 갔습니다. 주(state)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통행료를 받는 주가 있고 안 받는 주도 있어요. 그동안 달려온 고속도로는 통행료를 안 받아 현금을 많이 준비 안했는데 일리노이에서 톨게이트가 있고 통행료를 받더라고요. (그것도 자주! 많이 있어요.)

 

여러번 거치다 보니 가지고 있는 현금은 다 떨어졌고 신용카드로는 결재가 안되었어요. (어쩌라고!) 

요금 징수원이 해당 톨게이트 번호가 적히 종이를 주며 7일 안에 일리노이 주정부 웹페이지에서 납부하면 된다며 우리에게 어디서 출발했냐고 물었어요. 

우리는 자신있게 "미네소타!" 라고 대답했어요. 미네소타 Minnesota는 한국인에게 어려운 r,l,f,p이 한 개도 없으니까요.

 

"Pardon?"

요금 징수원은 우리 말을 못 알아들었나봐요. 다시 천천히 크게 "Minnesota"라 힘을 주어 대답했습니다.

그 사람은 다시 못알아들었다며 다시 말해달래요. 처음에는 나를 놀리나 했는데 그 사람의 흔들리는 동공을 보니 우리를 놀리는 게 아닌 것 같았지요. 

 

'악센트구나!'

발음의 문제가 아니라 악센트 때문에 못알아 듣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천천히 한자 한자 음을 높게, 악센트를 넣어 대답했어요.

처음에는 Mi에 악센트를 주어,

"MInnesota" 

못알아듣네요. 다시!

 

이번에 NNE에 악센트를!

"miNNEsota"

여전히 동공이 흔들리네요, 오기다! 끝까지 가좌!

 

다음에 SO에 악센트와 음을 높여

"minneSOta"

 

그때서야, 그 사람이 얼굴이 활짝 피었어요.

"Ah~ MinneSo~~ra."

 

그때 처음알았어요.

내가 사는 주가 미네소타가 아니라 (발음이) 미네쏘~라. 이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 영어는 발음도 망가졌는데 악센트 또한 무너져있다는 사실을.

 

그는 드디어 알아듣었다며 활짝 웃었지만 우리 부부는 한 동안 말없이 운전만 했어요. 

서로의 깊은 한 숨에 담긴 고민을 읽을 수 있었죠.

 

'비루한 영어로 미국에서 살 수 있을까?' 

 

ㅠㅠ

니맴내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