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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맛/파.주.꽃

2020년 7월 = 코로나 집콕 4개월

나는 3명의 아들- 11살 파랑이, 주황이와 만6세 꽃돌이 엄마다.

랑이와 황이는 4살때, 꽃돌이는 6개월때 미국에 왔다.

아이들의 한국말과 글은 홈스쿨링으로 배웠고... 그래서...그래서... ㅠㅠ

 

1.
자기 전 20분, 황이는 샤워 준비 중, 랑이와 꽃돌이는 배고프다고 잉잉잉..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자기 직전 밥달라는 말.

4시간 전에 먹은 밥알들은 어데로 갔나?ㅜㅜ


마들랜과 사과로 급한 불 주고 방으로 잠시 들어왔다, 다시 부엌으로 가니

샤워하러 간 황 또한 실오라기 하나 없이 사과를 우적우적.
1/3은 잘 준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허탈감에 나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너 지금,,뭐야?”

 

혜준이는 갑자기 허공을 쳐다보며,
“난...아담...”
알몸에, 사과에,

.......

여기에 하와가 없는 건 천만다행.

 

2.

여기는 시골이라 초저녁이 되면, 반딧불이 보인다.

나름 도시소녀였던 나는, 반딧불을 책으로만 배워서 실제로 발견을 잘 못했다.

이제는 상당한 연습 끝에, 동공을 풀고 매직아이 하듯 바라보다, 반딧불을 찾아 내곤 한다.

 

큰 아이들은 시골에서 자라 반딧불을 잘 찾는다. 심지어 반딧불을 따라 다니기도 한다. 

막내는 올해서야 처음 본다. 4,5살 여름에 한국에 가서 반딧불을 볼 기회가 없었다.

 

처음 반딧불을 찾은 꽃돌이,

“우와 불벌레다! 여기~여기 불벌레야! Fire fly!”

신기하듯 소리치는, 귀여운 꽃돌아, 그건 반딧불이란다. 불벌레가 아니라...

"그래, 엄마~Fire fly! 불벌레!"

반딧불이라고!!

그런데 너 영어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친정 엄마에게 반딧불 보여주겠다고 아이들이 영상통화를 하지만, 그게 보일리가 없지.

아이들의 노력에 애틋하고,

할머니와 (나도 모르는) 시골정서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게 기특하고

이 모든 것을 같은 공간에 하지 못해 참 아쉽다.

불벌레를 같이 보면 좋을텐데..

나도 내 엄마가 보고싶다.

 

 

3.

아이들이 책을 읽다가 이혼이 있고 결혼을 여러 번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랑이 “우리는 엄마 아빠가 이혼 안 해서 참 다행이야.”
인생은 모른다, 엄마, 아빠도 이혼할 수 있지~ 너무 안심하지 마라!!
긴장감 던져주는 나의 말에 랑이는,

 “안돼!안돼! 절대로 안돼!”

하며 극렬히 반대한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면 왜 안 되는데?
랑이 “아빠는 밥을 엄마 보다 못하고 엄마는 계란 후라이를 아빠만큼 못하잖아. 난 두 개 다 먹어야해.”

 

먹고 사는 것 때문에 이혼이 안된다니, 설득될 뻔했다.

근데, 밥과 계란 후라이..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음식인데..

참, 사소한 이유로...이혼하면 안 되는 거구나...

 

 

4.
윗몸 일으키기기를 1개도 못한다는 아들이 답답해서 몸소 시범을 보여줬다.

황이는 엄마 따라 해보겠다고 누웠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게 그렇게 힘든가?

“정 힘들면 배를 세게 치고 올라와! 배를 세게 치면 할 수 있어!”

"이렇게?"

나의 설명에 황이는 자기 배를 드럼처럼 툭툭툭 세게 친다.

..

그만하자. 내 잘못이다. 윗몸일으키키 못하면..어때 뭐.

 

5.
아침에 운동 다녀오니 8시. 뽀롱퉁한 황이와 막 깬 듯한 꽃돌이 같이 소파에 널부려져 있었다.

황이는 투덜거리면서,

"왜 엄마 혼자 산책 가? 나도 7시 20분에 일어났어. 날 데려가야지! 난 (거라지 문 여는)소리 듣고 엄마 나가는 거 알았어."
이에 질세라 꽃돌이도 투덜거리면서,
"나도 알았어! 난 냄새 맡고 엄마 나가는 거 알았어.!"

냄새 맡고 위치 파악?

내가 소머즈를 키우고 있었구나!

6.
You are what you love 란 책을 읽고 있는데,
황이 "난 엄마를 사랑하는데 그럼 난 엄마야?"
랑이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했는데 그럼 우리가 하나님이야?"

모두 맞는 말 같은데, 난 왜 고구마 백 개 먹은 기분이지?!?!?

 

7.

실버레이크를 산책하는데 어마무시한 거위떼를 만났다!
우리 동네 거위는 죄다 여기 있는 듯!

거위 떼는 수평으로 동서로 걸어가고 우리는 남북으로 가야해서 마추칠 수 밖에 없었다.

 

거위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나와 눈을 마주친 거위는 눈을 깔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쪼아댈 기세!

나는 쫄아서 그들의 눈을 피했다.

 

무서워 하는 나를 아랑곳 않고 뚜벅뚜벅 앞장 서는 아빠와 파.주!

그들을 잽싸게 뒤좇아 가야했는데 중간에 흐름을 놓쳤다. 옆에 하준이 팔을 꽉 잡고 소리 지르며 길을 건넜다.

거위 떼를 지나 다시 만난 파.주.

랑: “엄마.창피하게 왜 소리를 질러요?! 어른이면서~”
황“ 엄마도 기스 무서워 하니까 우리가 거미 무서워해도 뭐라하시면 안 되요!”
이때다 싶어 나를 놀리는 파주.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마음을 알겠지만 내심 섭섭한 나는,

“됐어! 너희랑 아빠는 엄마 무서워 하는데 그냥 갔지? 지키지도 않고! 됐어! 난 이제 꽃돌이 하고 살꺼야. 꽃돌이가 옆에 있어서 얼마나 든든했는데! 꽃도이가 엄마 손 잡아준 덕에 무사히 왔다고!”


그때서야 사태 수습을 나서는 파,주. 그게 아니라는 둥, 우리는 몰랐다는 둥 했지만 됐다, 다 끝났어! 이것들아!

난 막내 아들이랑 살꺼야!


그리고 한참을 걸어 호수를 한바퀴 다 돌 때 쯤, 형아와 아빠 무리와 떨어지고 나랑 있던 꽃돌이가 살짝 묻는다.
“그런데 엄마, 아까 거위 있는데, 왜 내 팔 잡았어?”

응? 뭐라고? 너가 내 손 잡아 준거 아니었어?

당황하는 내게,

“엄마, 기스가 나 물면 어쩌라고~ 엄마가 내 손 잡으면 도망도 못 가잖아.”

그러니까,

꽃돌이가 엄마를 걱정해서 잡아준 게 아니라,

엄마가 세게 잡아서 어쩔수없이 잡혔던 거구나!!?!!!

하하하 그걸 이제서야 따지는 귀여운 꽃돌이,

늬가 더 나빠!

배신감 흠칫뿡!

 

 

파크 가득 거위 떼. 반대편에도 저만큼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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