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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맛/파.주.꽃

2020년 8월 = 코로나 집콕 5개월

나는 3명의 아들- 11세 파랑이, 주황이와 만6세 꽃돌이엄마다.

랑이와 황이는 4살때, 꽃돌이는 6개월때 미국에 왔다.

아이들의 한국말과 글은 홈스쿨링으로 배웠고... 그래서...ㅠㅠ

 

1.

"랑이, 황이 그리고 꽃돌이, 한글 책 1권씩 읽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 봐!"

육아는 네플렉스 여사에게 잠시 맡기고 소파로 직행했다. 

다리 뻗고 기지개를 펴기도 전에, 꽃돌이가 씩씩 거리며 왔다.

"엄마 황이 형이 나보고 부레인으로 말하래!"

뭐?

"아니, 책을 읽는데 방해된다고 나보고 부레인으로 말하래!"

그러니까, 말하지 말고 속으로 책 읽으라고 한거야?

"웅! 엄마!"

...

가끔 노부레인 같은 너가 심박한 표현을 하다니.

꽃돌이, 엄지척!

 

 

2.

꽃돌이와 산책을 하다 바다 동물 이야기가 나왔다. 신나게 상어, 고래 큰 물고기를 이야기 하던 꽃돌이가,

"엄마 그게 이름 뭐지? 큰 거 있잖아. 까만 방구 끼고 다리가 여섯개 있는 거."

문어를 말하는 거니?

"응 그거! 문어, 옥토넛!"

....흠, 꽃돌아,

문어는 다리가 여덟개 여서 Octo(8)-pus인데..

까만 방구 같은 말이지만 사랑해, 꽃돌아.

 

 

3.

새학기가 되어서 아들들 운동화를 사주려고 검색하다,

"황이야, 너 발사이즈 뭐야?

황이는 시크하게,

"Two feet"

..

...

* feet: 피트. 길이 재는 단위. 1feet=12inch=0.35m

** 너의 언어 유희에, 언젠가 브래드 피트로 대답해주겠어!

 

4.
배추김치 담그는데 꽃돌이는,
“열매김치야?”

"열매김치가 아니라 열무김치! 그리고 이건 배추김치잖아"

나의 표준어 지적질에도 아랑곳 않는 불굴의 꽃돌이,
“우와, 옛날김치! 맛있겠다! 너무 오랜만에 먹어서 맛을 까먹었어.”

..

옛날김치...배추김치인데. 넌 표준어 구사는 언제쯤 이뤄질까?

ㅜㅜ

그런데, 맛을 까먹으면 어떤 맛?

..

...

실한 배추 4통을 사다 김치를 만들었는데 퍼먹는 파주꽃 덕에 2주만에 또 담았다.

옛날김치 맛 따위야, 아예 잊어다오!

 

 

5.
느즈막한 아침 나절, 양팔 벌려 랑이와 황이를 팔베개 하며 누워있었다.

"황이야, 엄마가 너 사랑하는 거 알아?"
나의 질문에 센치해진 황이는 나즈막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근데 왜 엄마 말 안 들어?"

황이는 민망하듯 웃으며 그게 아니라며 항변한다.
나는 황이가 귀여워서 꼭 안아줬다. 

랑이가 사랑스럽게 나를 안으며,

"엄마 내가 엄마 사랑하는 거 알아?"

랑이의 질문에 센치해진 나는 나즈막하게 그럼~하고 대답하며 안아줬다. 랑이는 웃으며,
"근데 왜 내게 화내?"
...
오호, 랑 너, 천잰데?

 

6.

어쩌다 파리가 밖에서 안으로 들어 왔나 보다.

꽃돌이가 호돌갑을 떨며 저녁 식사 준비하느라 분주한 나를 부른다.
"엄마, 파리가 테이블을 먹고 있어!!! 진짜야! 내가 입을 봤어! 진짜 먹고 있다고! 이러다 테이블 없어지겠어~ 빨리 와!"

..

..

+++

그 입 다물라!!

 


7.
꽃돌이가 책을 보다 말고 신나게 묻는다.

"엄마, 엄마는 세상에서 어떤 알이 제일 좋아?"

엄마는 달걀.

꽃돌이의 작은 눈으로 씽긋 웃는다.

"달걀이 무슨 알이야?"

........;;;

꽃돌아!!

"닭알. 니가 매일 먹는 계란!"

"아~ 그거~ 계란이라 해야지 알지. 달/알/이라고 하니까 모르지!"

오히려 내 탓하는 꽃돌이는 참 당당해. 그런데 달 알은 또 뭐냐. 난 달.걀이라고 했는데. 

"엄마는 달.걀.을 좋아해. 그런데 꽃돌이는 무슨 알을 좋아해?"

"난 돼지알. 아기 돼지는 참 귀여워~"

..

박혁거세가 알에서 나왔다는 걸 사실로 믿을 기세.

순수한 꽃돌이, 근데 난 삶은 닭알 백 개 먹은 기분 ㅠ 



8.
어쩌다 랑이, 황이가 똑같은 잠옷을 입었다.

꽃돌이가 신기하게 보며 눈이 씽긋, 자랑스럽게

"엄마, 형아들 꼭 쌍둥이 같애! 그치? 쌍둥이 같지?"

...

꽃돌아, 느그 형아들 쌍둥이야. 그것도 일랑성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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