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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일하면서 알게 된) 미국 초등학교 생생 현장

미국 공립학교 취업기-2 (인터뷰 과정 및 내용)

토종한국사람, 과연 잡(Job)을 잡을 수 있을까?

 

(Hiring Event의 현장 인터뷰.)

교장과 교감은 준비된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무엇인가 함께 해본 경험이 있니?"

‘나 애 셋 엄마인데? 집에서 한국어 가르치는 거? 수학 가르친 이야기도 할까?

그런데 너무 전문성이 없어 보이기도 할 텐데…'

'아, 맞다 한글어 교실해서 한국어도 가르쳤잖아!’\

 

나를 살려  스쿨 발룬티어 경험

 

팽팽 소리가 들릴 정도로 머리를 굴려 과거  모든 경험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글 가르친 것부터 시작해서 학교 자원봉사 (volunteer) 경험을 탈탈 털어 설명했다.

비정기적이지만 큰 애들 초등학교 때부터 했던, 

 

미스테러 리더 Mystery Reader

(3월에 각 학교마다 했던, 자기 자녀 깜짝 쇼로 아이  몰래 신청해서, 당일 깜짝 등장해서 자녀 반에 가서 책 한 권 읽어주는 행사. 이를 위해 한 달 전부터 애들 몰래 연습했던 눈물의 Mystery Reader. 이 책이 한국어였다면, 이렇게 연습하지 않았을 텐데… 토종영어에 자괴감 한 무더기 던져준 행사였지만  이는 팬데믹 이후에 멈춘 행사로 Mystery Reader 했다는 것으로 내가 오랫동안 학교 자원봉사를 했다는 이력을 어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북페어 Book fair

(학교에서 책과 문구품을 파는 행사. 거기서 BTS브로마이드를 보고 열광하는 초딩을 보며, 시골 작은 마을에서 조차 South Korea를 알게 해 준 BTS가 진정으로, 국격 상승을 시킨 것을 체감했다. BTS, 당신들이 애국자요!)

 

필드트립 Field trip

(현장학습) 따라  간 거 (따라가서 사진 찍어 주었지? 아마?)

 

수업 보조

(Art 수업에 보조로 도와줬던, 예술 감각 1도 없는 내가 풀칠 돕고, 1회용 접시 갖다 주는 수준이라 어렵지 않았다.)

 

큰 일 이든 작은 일이든,  학교 자원봉사 경험을 전부 이야기했고 

그제야 면접관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1년에 1-2번 하는 북페어 교내 광고 브로마이드 

 

그 뒤로 멈추지 않고 던져진 인터뷰 질문은,

 점심시간에 싸우는 아이들을 보면 어떻게 할 것이냐. 

배우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만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

다양한 백그라운드(이를 테면, 종교, 인종, 가정 등등)를 가진 아이들을 만나서 일해 본 적 있느냐. 

(내가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표본인데!)

이 job에 대한 너의 강점은 무엇이며, 적합한 이유는 무엇이냐.

5가지 질문을 받았고 총력을 다해, 나름 잘 대답했다. (고 생각했다.)

 

나중에 경험한 사실은 학교 지원 분야마다 인터뷰 질문이 다르고 질문은 총 10개이지만

학교장에 따라 몇 개만 선택해서 하기도 한다. 

 

취업지원서의 레퍼런스 Reference?

 

뜻하지 않은 인터뷰를 분위기 좋게 마무리하고 탈진 상태로 집에 와서 교육청 웹페이지에 careers을 열어보니

왜 HR이 왜 그렇게 흥미롭게 혹은 한심하게 봤는지 이해가 되었다.

 

지원자의 필수서류가

이력서 (CV),

학위증명서

(최소기준이 2년 학위였는데 한국 대학교 4년제 대학 졸업증을 인정해주었다.

근 20여 년 된 졸업증이 뭔 일을 해줄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

지원동기,

지원분야,

레퍼런스 reference를 작성해야 했다. 

 

다른 것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가장 차이가 난 부분이 레퍼런스 Reference.

 

이것은 과거 나와 일을 같이 해본 동료, 상사 등  업무로 연관된 사람 이름, 연락처, 내가 담당했던 업무 부분을 적는 것이다.

나중에 교육청에서 나의 레퍼런스 중 몇 명에게 나에 대해 질문지 survey를 보내고

답변을 받고 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나의 레퍼런스가 작성해주는 서베이가 내 취업에 강한 영향을 미치므로,

사전에 내게 호의적인 사람들에게 레퍼런스로 이름을 올려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는 게 좋다.

그래야  나중에 고용하는 사람이 연락을 했을 때 나름, 잘, 아름답게 대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마다 요구하는 레퍼런스 수는 다르다. 

고용하는 입장에서 레퍼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도 있어,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한다.

또 내가 일할 업무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레퍼런스는 굳이 안 쓰는 것도 좋고

지원하는 분야와 상관있는 업종의 레퍼런스이면 더욱 좋다.

 

그런데 나처럼 이민자로 처음 일하는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누군가 고용을 해줘야 레퍼런스라는 게 생기는 게 아닌가?

서러움이 몰려오지만,  

레퍼런스는 꼭 고용 관계가 아니라 발론티어 (자원봉사) 했을 때 담당했던 사람을 써도 된다.  

모든 게 영끌이다.

레퍼런스 작성을 위해 전에 미국 NGO단체 베이비시터 자원봉사했던 담당자부터 시작해서

팬데믹 전에 장구 보여주러 갔던 학교 선생님까지 모든 기억과 관계를 끌어 겨우 5명을 채웠다.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되는 직무는 무엇이 있을까

직무, 지원 관련 설명이 있는 교육청 웹페이지

 

학교 안에는 자격증(라이선스)을 요구하는 교사 외에 다양한 직무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General Education Support Professional (ESP)

Para professional라고 하기도 한다.

수업시간에 교사, 학생을 돕는 보조교사 같은 역할 하고

학교 건물 밖에서 노는 쉬는 시간(Recess, 20-30분), 점심시간의 카페테리아에서 담임교사가 없는 시간에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Special Education Support Professional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을 돕는다. (미국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특수학교가 아니라 일반학교에서 발달지연, 장애인 특수교육을 제공한다. 이것이 정말 인상 깊은데 나중 소개하겠다.)

 

Library and Media Eduation Support Professional 

도서관 일을 돕는 ESP이다. (미국 학교가 책 읽는 교육에 얼마나 진심인지 모른다.)

 

Student Nutrition Associate

학교 영양사 도와 점심 급식을 준비하고 배식하는 업무를 한다. 

완전 꿀잡인 게  일하는 시간도 적어 개인 시간도 많고 업무 내용도 복잡하지 않다.

미국 급식이라는 게 현장에서 요리하는 게 아니라 음식을 데우고 봉지 안에 들어간 게 전부라 그렇다. 

 

복지와 지원시기 기타 정보

 

보통 자원봉사를 많이 하는 학부모에게 자리 제안을 하기도 하며

이렇게 공개적인 hiring event를 통해서도 고용하기도 한다.

고용 단위는  1년이지만 지속적으로 10-20년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80세 넘을 때까지 일하시는 분도 계셨다.)

학교 입장에서도 한 번 믿을 만한 사람이 들어오면 업무 담당하는데 좋기 때문에

새로운 신입보다 경험 있는 지원자들을 더 선호한다.

 

근무 시간은 역할마다, 학교의 상황마다 다르고 유연한데,

이 모든 일은 등교-하교시간 안에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하루에 4시간만 일할 수 있고 6시간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 같아 복지가 안 좋을 것 같지만,

고용 이후  연금, 의료보험(6시간 이상 근무자), 퇴직연금 가입, 연차 따른 급여 인상 등은 정규직과 동일하다.

( 복지 형태는 해당 주 , 지역마다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음은 분명하다.) 

 

인력 모집 시기는 상시로 하지만 보통 학기 시작하기 한 달-한 달 반 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영혼을 담아 필요서류를 작성하면 나의 지원서는 교육청 인력 풀에 저장된다. 

학교 교장들이 인력풀의 지원서류를 보고 인터뷰를 제안할 수도 있고,

내가  필요 분야, 인력 공고를 보고 내가 해당 학교에 지원하여 교장이 검토하고 인터뷰를 요청할 수 있다. 

 

슬리퍼 신고 간 그 날, 분위기 좋게 현장 인터뷰를 마무리했고 집에 와서  웹페이지에 서류작성, 여러 학교에 지원했다.

그 다음 주에 바로 A학교 연락 와서 인터뷰를 했다.

내가 웹으로 지원도 안 했는데, 연락 온 학교였다!

'아마도 현장 인터뷰했던 교장이 넘겼나 보지?'

나를 좋게 봤구나! 싶어, 자신감 뿜뿜하고 화기애애 인터뷰를 했다.

 

거기다 일주일 뒤에, B학교도 했고 분위기 좋게 zoom미팅으로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현장의 화기애애함과 상관없이 인터뷰 결과는 안 좋다는 것을 배웠다. 

 

 

 

 

* 본 글은 브런치(brunch) 에 썼던 글입니다.  https://brunch.co.kr/@aerku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