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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일하면서 알게 된) 미국 초등학교 생생 현장

미국 공립학교 취업기-3

토종한국사람 그녀, 미국에서 잡(Job) 잡기

 

 

거듭된 인터뷰 결과가 안 좋아 실망한 채, 계획대로 여름휴가여행을 떠났는데

출발 당일 3군데에서 인터뷰를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인터뷰 가능한 날짜는 5일 뒤 오후. 온라인으로.

 

그때, 내셔널 파크에 있을 텐데!

 

미안하지만 인터뷰 날짜 변경은 안 된다면서, 그들이 하자는 인터뷰 날짜에 나는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달리면  꼬박 24시간 만에 ,

9개의 주(states)를 지나야 도착할 수 있는,

멀리 떨어진 내셔널 파크에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 미국 내셔널 파크는 한국처럼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오지 같은 느낌인데 말이다.

인터뷰가 가능할까?

 

온 우주가 나의 취업을 막는 느낌이다.

 

그래도 해야지!

오전에 내셔널 파크 산 정상에 올라갔다가,

내셔널 파크에서 가장 가까운, 1시간 떨어진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기로 계획했다.

무리하지 않고.

 

인터뷰 당일 오전, 빠른 관광을 위해 산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는 도로 사용을 신청했더니,

어랍쇼? 자동차 도로에 빽도가 없다.

한번 올라갔다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지 못한다나?

이는 1시간 떨어진 카페에 가려고 내려오면 다시 산꼭대기에 차로 못 올라간다는 뜻.

(차 없이 쉬지 않고 걸으면 세 시간 만에 산 정상에 도착은 한댄다.)

 

‘여기 국립공원 오려고 몇 날이나 걸렸는데!’

관광도 포기할 수 없고 인터뷰 또한 포기할 수 없다!

 

산꼭대기에서 취업 인터뷰를?

 

결국, 산꼭대기에 인터넷 신호가 잡히면 그곳에서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돌 산 위를 무슨 수맥 찾는 사람처럼 핸드폰을 들고 안테나 2개 뜨는 곳을 찾아다녔다.

한참을 돌아다니니 인적 드문 곳에 안테나 2개가 뜨는 곳을 발견했다.

 

인기 코스에서 벗어나 사람도 없고

(다행이다. 나의 비루한 영어를 들을 사람이 없어서.)

나름 옆에 바짝 마른나무 한 그루 라도 있어서 약간의 그늘은 될 것 같아  인터뷰 하기에 최적이다.

핸드폰과 이어폰 연결 상태를 확인했는데 잘 작동한다.

스티브 잡스의 열일에 송구할 지경.

 

가족들을 인기 코스로 보내고 나 홀로 있는데 여름 땡볕이 너무 덥다.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았더니, 벌이 웽웽거린다.

‘얘들아. 내게 자리 양보 좀 하면 안 되겠니?’

쪼그리고 앉아 벌들의 윙윙 소리를 들으며 인터뷰 기다리는 데,

내 처지가 한심해서 현타가 온다.

 

내가 대단한 자리를 바라는 거 아닌데 여기까지 와서 이 난리를 해야 하는지,

땡볕에서 나를 기다려야 하는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고,

벌이라면 질색이지만 버텨야 하는 내 처지도 속상하다.  

 

‘그래도 비가 안 오는 게 어디야.’

 

손에 닿을 듯한 푸른 하늘과,

멀리 보이는 바다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바위에 앉아,

 

쿵푸 팬더 사부처럼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인터뷰 대기 하며 바라 본 아카디아 국립공원

드디어 인터뷰.

반가운 척 인사하니, 교장이 묻는다.

“하늘이 매우 푸르다. 우리 도시가 아닌 것 같은데… 거기 어디니?”

 

이 때다 싶었다.

“난 여기 아카디아 내셔널 파크야!

내 뒤에 보이는 바다가 대서양이야.”

인터뷰 도중 보여줬던 아카디아 국립공원.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하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주변을 한 번 훑어주는 똘짓도 감행했다.  

VJ처럼 하늘, 산 그리고 바다까지 넉넉하게 보여줬다.

 

'그래, 당신네들은 나를 뽑지는 않을지 언정 나를 잊지는 못할 거다!'

 

교장이 신선하다는 듯이, 재미있다는 듯이, 혹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이를 놓치지 않고 물어봤다.

“인터넷 상황이 안 좋아서 그러니 비디오를 끄고 해도 될까?”

대서양 바다를 본 마당에 교장은 흔쾌히 허락해준다.

다행이다.

나의 쫄고 있는 모습이 안 드러나서.  

 

그렇게 3군데 학교와 인터뷰를 했다.

거의 2시간을 내리 앉아 있었더니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다.

분위기는 좋았으니, 결과는 그것과 상관없다는 것을 이미 배웠고 ‘될 대로 되라.’ 란 심정이다.

 

이 정도의 최선이면, 스스로에게도 괜찮았다.

 

이민자로 언어 한계가 있어도,

엄마는 노력했다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꽤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산꼭대기에서 취업을 외치다!

 

 그날 , 호텔에 도착해서 이메일을 체크했더니 인터뷰했던 초등학교에서 

레퍼런스 체크   고용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 진짜 된 거야? 이거 사기 아니야?'

 

스스로도 믿을 수가 없었다.

며칠 뒤 레퍼런스 체크 후 교육청 HR에서 고용 계약과 교육에 대한 연락을 받았다.

그날 인터뷰한 3군데 중 2군데에서 연락이 왔고

최종 집에서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에서 일하기로 했다.  

 

 

경단녀, 10년 만의 일이다.

 

 

 

 

 *본 글은 브런치(brunch) 에 썼던 글입니다.  https://brunch.co.kr/@aerku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