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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일하면서 알게 된) 미국 초등학교 생생 현장

생생한 미국 초등학교 생활- 훈육

민낯의 미국 초등학교 교실 풍경

 

 

나는 9월부터 Education Support Professional로 미국 초등학교에서 일하게 되었고

주된 업무는 4,5 학년(우리나라로 치면 5, 6학년 되겠다.) 수업을 돕고,

담임선생님이 없는  점심시간, 리세스(Recess 20분 야외활동)에 아이들의 안전과 질서를 책임지는 것이다.

학교 마스코트

 

 

4학년 블레이즈 선생님 교실.

 

(4학년 1, 2..으로 구별하지 않고 담임 선생님 이름이  이름이다.

 예를 들면 Mr. Kim 클래, Mrs.Johnson 클래스로 부른다.)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조용히 만들기 위해 선생님이 조용히 하라고 했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시끄러웠다.  

목소리 데시벨 1도 올리지 않고 조용히 하라고 연거푸 이야기를 하니, 대부분 아이들은 조용히 했으나, 유독 반항적인 제이콥이 소리쳤다.

“당신이나 조용히 해요.”

 

그 한마디로 얼어붙은 교실.

대부분 아이들, 예절을 배웠다 하는 아이들은 모두 동공 지진, 안절부절.

(보통 미국 가정에서 예절 교육 철저히 받는다. 친절하게 말하기, 목소리 높이지 않기 등등)

 

익숙한 무례함 생경한 대응책

 

드디어 때가 왔구나 싶었다.  

여기서 제이콥이 질질 끌려나가도 1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혼내는 게 당연했고 그래야 아이들도 배운다고 생각했던 나는 교실 앞 책상에 앉아 있는 선생님을 유심히 봤다. 

‘드디어, 훈육이 시작되는 건가? 미국 교실에서는 어떻게 혼내는지 궁금했는데, 한 수 배워야겠다.’

 

이제 선생님이 일어나 제이콥에게 갈 것 같았는데,

 

함부로 혼내지 않는 교실

 

그런데 선생님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목소리 1 데시벨도 높이지 않고 그러나 확고한 톤으로 이야기한다.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아니? 내가 느낀 것을 말해줄까?”

 

블레이즈 선생님은 제이콥에게 천천히 말해주었다.  

친근하게 말했던 자신의 말에 무례함으로 대답해서 얼마나 슬프고, 모두를 얼마나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등등

천천히 설명했다. 더불어 다른 학생에게 묻는다.

”오늘, 우리가 이것으로 배운 게 무엇이니?”

생경한 모습에 어리둥절한 나와 달리, 아이들은 나름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무례하면 안 되고 서로 잘 지내려면 친절해야 하며….’

아이들이 발표 후 허공에서 하이파이브를 한 뒤,

블레이즈 선생님은 제이콥에게 다가와 몇 마디 나누고 서로 허그하며 훈훈하게 끝났다.

아마도, 제이콥은 사과했을 테고 블레이즈 선생님은 괜찮다고 하고 다시 그러지 말라고 안아줬겠지?

 

아이들과 생긴 갈등 앞에, 목소리 크기로 혹은 나이로 해결했던 모든 경험들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물론 블레이즈 선생님이 특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교육적 마인드, 리더십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면 다른 교실은 어떠할까?

한국이든 미국이든 선생님 지시대로 안 하고 무례하며 말썽을 일으키는  학생들은 있고

학급 운영에 곤란할 때가 있는데 어떻게 해결할까?

 

아무나 혼내지 않는다.

 

미국 교실에서는 내가 흔히 봤던 담임 선생님이 학생을 불러 세워 혼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담임선생님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처음에는 구두로 이야기를 잘한다. (개인면담처럼)

그런데 또 안 따르면 상담사가 붙여진다. (심층 면담)

그리고도 잘 안되면 교장 선생님과 부모님 소환으로 마무리한다.

(이런 절차는 프로토콜처럼 문서화되어 보조교사나 신입교사에게 교육한다.)

 

내 말을 안 따른다고 내가 혼내는 게 아니라, 상위 권위자가 혼내는 것이다.  

 

이를 테면, 내게 동양인 인종차별적 단어를 내뱉은 아이가 있었다.

내가 화내서 혼내지 않고, 나는 조용히 경고를 주고 담임선생님에게 보고를 한다.

담임 선생님은 그 아이와 개인면담을 해서 다시는 못하게 하고 내게 사과를 하게 한다.

 

그런데 그 아이가 또 그런 말을 하면,

교장 선생님과 상담사에게 바로 보고 해서 부모님 소환이 되고 벌을 받거나 상응하는 훈육을 받는다.

(담임선생님 보고를 건너뛰고 바로 교장에게 갈 수도 있다.)

 

내가 나이 많다고, 내가 당한 일이다고 내가 혼내는 권리나 의무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잘못에 대한 추궁과 훈육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이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별 차이를 만든다.)

 

실제로 교장 선생님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문제를 일으킨 학생 상담하고 훈육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 또한 학교 놀이터에서 룰을 안 지키는 않는 아이들에게

“ 교장 선생님께 리포트해야겠다.”라고 말하면 대부분 아이들이 즉시 지시를 따른다.  

 

아직도 학생들에게 담임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의 권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다.

(여기서 권위는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말라는 권위가 아니다는 것은 모두가 알 것이다.)

 

교권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한국 학교의 상황을 뉴스로 접하다가,

교권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을 것만 같은 미국에 교권의 힘을 목격하면서

참 아쉬운 감정들이 많이 생긴다.

 

 

 

* 본 글은 브런치(brunch) 에 썼던 글입니다.  https://brunch.co.kr/@aerku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