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 지역은 크게 네 지역, 동북부(동부), 서부, 남부 그리고 중서부로 나눠요.
미드웨스트라 부르는 중서부 지역은 아래 지도 빨간지도처럼 미국 한 가운데에 있어요.
내가 아는 친구의, 지인의 팔촌이 (시카고, 디트로이트 두 도시를 제외한) 미드 웨스트에 산다는 것은,
한국사람이 없고 한국 마트도 없는 불모지에 산다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공화당 우세지역으로, 건전한 시민들도 많지만 보수적이며 폐쇄적인 분위기에,
심지어 인종차별이 좀 있는 동네에 산다는 의미도 되요.
(요새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마스크를 대차게 안 쓰는 동네에 산다는 이야기 이지요.)
7-8년 전인가요? 대한항공이 대차게 물었었죠.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울분에 차며 속으로 대답했습니다.
"어디까지 태워줄껀데?"
원하면 미국 어디든 태워다 줄 것 같은 대한항공은,
결국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고작 열댓군데만 직항으로 데려다 줄 뿐!
그 외 한인들이 많이 살지않는 도시는 데려다 주지 않아요.
(제발 직항이 좀 늘어났으면!)
그러면 한국 사람들이 어디에 많이 살까요?
미국의 이민 연구소(MIP) 에 따르면,
미국내 한인 40%가 LA, 뉴욕, 워싱톤DC 근처에 살고 있대요.
(아래 지도의 가장 큰 원)
마치 강남구 옆에 있을 것만 같은 캘리포니아,
지하철 타고 도착할 것만 같은 뉴욕 시티,
국제정치 문제만 터지면 비춰지는 워싱톤 DC..
TV에 자주 비춰지고 익숙한 것이 나름 이유가 있네요.
그리고 나머지 60%의 한인들은 미국의 넓은 땅에 여기저기 흩어져 살아요.
위의 지도 중간 사이즈 원의 도시
(이를테면 시애틀,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덴버, 디트로이트, 시카고, 애틀란타, 달라스, 오스틴 등)
한인마트와 한인커뮤니티가 어느정도 잘 형성되어 있어서 한국인으로 살기에 불편함이 없어요.
한국마트도 있고 식당도 있으니까요.
저는 위의 지도에 한인 인구가 너무 적어 점으로 조차 표시되지 않는,
미드웨스트의 소도시에 살고 있어요.
처음 이곳에 오기 위해 인천-시카고행을 타고 시카고에서 50여명만 태워주는,
고속버스에 날개달린 것 같은 작은 비행기로 갈아 타고 왔어요.
비행기는 너무 작아서 약간 바람에도 격하게 흔들리는 것이 안전장치 없이 롤러코스트 탄 기분을 느끼게 해줘요.
한시간 남짓 비행시간에 부디 살게 해달라고 쉴새없이 기도했어요.
(저절로 나와요. 무서워서.)
제가 사는 도시에 한인이 아주 적어 한인 식당이나 마트는 없어요.
한국 식당까지 왕복 3시간 걸리지요.
이것은 일상생활에 한국인의 정체성과 생활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를테면 저녁으로 된장 찌게를 먹기 위해,
중국인(혹은 동남아계)이 운영하는 아시안 마트에서 유통기간이 지날까 말까한 된장을 구해서,
Aldi란 마트에 파와 마늘을 사서
코스트코에 들러 두부를 사서 집에 오지요.
두부가 없는 때에는 다시 아시안 마트로 가서 연두부 아닌,
유통기한이 안 적힌 두부팩을 하나 짚어 오는 거예요.
아시안 마트, Aldi, 코스트코는 붙어 있지 않고 모두 차로 10-15분 이상 운전해야 합니다.
번잡스럽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된장 찌개를 먹을 수 있으니까요.
만약 김치 찌개를 먹고 싶다면....?
참아야죠!!
김치는 소중하니까요.
이렇게 한국 사람 없는 도시, 미드웨스트에 산다는 것은,
한국인의 생활 습관과 문화를 유지한다는 것은 필요이상의 수고가 필요하지만 마냥 불쌍(?)한 것은 아니예요.
가장 미국적인 삶을 경험하고 배우는 보람과 재미도 있거든요.
대도시에 비해 생활비가 적게 들고 합리적인 집값 덕에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요.
서울의 역세권 아파트 한 채 가격에 성 같은 집을 살 수 도 있고,
왠만한 투룸 전세가격으로 2-3층 되는 집을 구입할 수 있어요.
(보유세는 물론 비싸지요.)
저녁 먹고 덱에서 하늘 보는 여유와 마당(야드)에서 누리는 재미는
그나마 리빙코스트가 적정한 미드웨스트라 가능한 것 같아요.
뭔가, 심지어 가구도 뚝딱뚝딱 만들 수 있는 공간, 거라지(차고)가를 작업장으로 사용하며
내게 숨겨진 의외의 창조성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공간의 자유가 주는 유익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미드 웨스트에서 배웠어요.
미국 이민 생활이 장미빛으로 가득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한인 커뮤니티(마트, 식당, 교회등)는 커녕 동양인 인구 자체가 낮은 미드웨스트(라 쓰고 시골이라 읽는 곳)에
한국인으로 산다는 건, 또 다른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라면 1봉에 온가족이 웃을 수 있고, 가족과 저녁을 같이 할 수 있는 확실한 소확행과,
가끔 보이는 무지개빛 희망에 살만하다고 느낍니다.
이것이 미드웨스트의 묘한 매력인 것 같아요.
덧1. 이 모든 장단점은, 가족단위로 올 때 그러합니다. 싱글이 오면 정말진짜 심심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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