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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미국 생활-문화-정보

미국 공립 초등학교 킨더 생활과 EL/ ESL

미국 교육 과정은 주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Kindergarten(유치원)-12학년까지 공립교육과정에 있어요.

가끔 어떤 주는 Pre-K (대략3-4세) 과정 또한 공립교육 과정에 넣기도 해요. (좋겠당!)

공립학교는 등록비가 거의 없거나 매우 저렴하지만 사립학교는 등록비는 부모의 등골 브레이커 수준입니다.

(미국 중서부의 저렴한 사립학교는 한국의 사립학교와 비슷한 학비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공립학교는  무료로 ESL 수업을 제공하지만 

사립학교는 ESL 수업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우리 시티는 대다수 미국 주가 선택한 것처럼 Kindergaten-5학년 까지 초등학교 과정이에요.

우리집 큰 아들 두명(쌍둥이)은 주10시간 사립 Pre K를 9개월 다니고 드디어 공립 학교 킨더에 입학했어요.

(아, 이제 등록비는 안 내는구나!! 싶었는데, 이젠 점심식대를 내야 한다는;;

그냥 줘도 않을 것만 같은 음식을 돈 내면서 먹다니! 

모든 학교에서 양질의 나랏밥 주는 우리 나라가 역시 좋긴 좋아요!)

 

킨더 입학 때 아이들 영어수준은 거의 0에 가까웠어요.

프리케이는 '돌봄'의 의미가 강해서 체계적 배움은 별로 없었을 뿐더러

고작 일주일에 총 10시간만 가는 것이라 무슨 언어를  배울 충분한 시간은 아니고요.

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떼고 가는 게 모국어 유지에 좋을 것 같아 영어보다 한글어 몰입교육을 했거든요. 

덕분에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지금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할 수 있게 되었지만,

킨더 초에 영어 배울때는 엄청 고생했어야 했지요.

학기 초에는 영어로 대화가 자유롭지 않은데, 당황하면 말을 더 못할 수 있어서,

응급처방 한글편지를 써서 주머니에 넣어주곤 했어요.

한글편지에 도와달라 말, Help me를 적어주고 필요하면 손으로 짚어라,

스쿨버스 14번. 혹시 버스 못 찾으면 담임선생님께 데려다 주세요. (Mrs. Heil, Please) 란 문장을 보여줘라 등등. 

다행히 응급편지는 주머니 속에만 있고 세상 빛을 보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고군분투가 말 못하는 두려움을 극복해야했던 지난 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켠이 짠해요. 

킨더 아들을 위한 응급처방 한글편지

 

공립학교는 킨더 입학 전, 영어 테스트를 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EL(English Learner) 클래스를 제공해요.

(우리만 못하는 게 아니었어!)

우리나라는 학교에 오는 모든 학생이 한국말을 할 수 있다고 전제하지만

미국은 학교에 오는 모든 학생이 영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EL클래스를 만드는 거죠.

 

주 정부의 교육예산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립학교마다 EL 클래스가 있는 것을 보면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 이다는 것과,

그래서 부모/가정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이해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킨더 미술 수업중

평소에 아이들은 자기 반에 가서 생활하다 하루에 1-2번 30분씩 EL담당 선생님을 만나 수업을 해요.

수업 내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알파벳, 단어, 스펠링이 아니라 소리를 배우는 파닉스 교육을 받아요.

파닉스 교육은 보통 5-6세 프리케이, 킨더 일반 반에서도 하긴 해요. 

그런데 EL 클래쓰에는 보다 더 강하게, 보충해서, 집중적으로 가르쳐요.

(각 학년 마다 ESL가 있지만10세반 EL클래쓰는 파닉스를 킨더 만큼 강조해서 길게 하지는 않지요.)

소리,음을 강조하다 보니 킨더 아이들이 /fight/란 단어를 듣고 /fait/라고 쓰면 선생님은 틀렸다 하지 않아요.

오히려 소리를 잘 들었다고 칭찬 합니다.

우리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받아쓰기'를 '바다쓰기'라고 쓰면 가차없이 틀렸는데 말이죠.

 

음절(syllable) 또한 중요하게 가르쳐요.

예를들면 stOp의 syllable은 두개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스.탑. 이니까!)

stop의 음절은 하나인거죠.(에잇!)

음절을 안다고 시험 문제 하나 더 맞추는 것도 아니고,

현지 학생들 또한 신경쓰고 말하지 않아 음절이 몇 개 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지만

syllable을 알면 발음 내기와 엑센트에 유익해요.

실제로 아이들이 모르는 단어, 긴 철자가 나오면 습관적으로 음절을 끊어 읽어냅니다.

(뭔 뜻인지 몰라도 일단 읽을 수는 있는 거죠.)

 

EL클래스에서 알파벳 발음은 어떻고 이 단어 발음은 이렇게 하고 등등 언어 자체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사회, 역사 등의 주제로 물어보며 말하게 하면서

다양한 단어와 문장 구사의 기회를 제공해요.

 

아이가 1학년때 EL선생님(미세스 갬부치)에게  미시시피(Mississippi)를 배운 날이었어요.

"엄마, 미세스 갬부치(Mrs. Gampucci)가 Mississippi에 대해 말해준다고 해서

미쓰. 잇피(Miss.Isppi)란 선생님에 대해 말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들어보니까 사람이 아니라 강이더라고."

 

소리 중심으로 영어를 배우니 처음에는 EL클래스에서도 더디 배우는 것 같았지만

확실히 책을 독립적으로 잘 읽는 아이들이 잘 따라 잡더라고요.

처음 듣는 소리여서 무엇인지 모르다가 선생님의 말이나 글의 맥락의 파악이 빠르니 습득이 빠른 거죠.

아이들 영어 습득은 성격에 따라 처음에는 속도의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나중에 보면 영어 책이든 한글책이든 잘 읽는 아이 훨씬 더 빠르게 배우고 따라 잡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역시, 교육엔 기승전'책' 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