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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미국 생활-문화-정보

미국에서 영어 이름은 필요한가?

부제: 내 이름을 불러줘~

 

내 이름 세 글자는 모두 받침이 있고, 한국 사회에 충실했던 이름이기에 미국 친구는 아무도 발음하지 못한다. 

(흔하디 흔한 "경"이 들어가는 이름이기에, 친구들은 "굔""굥""켠" 등 다양한 개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우리에게 영어 이름은 과연 필요한가?

 

내이름을 불러줘~ (이미지 출처: Cleveland high school journal)

1. 미국살이 7년 차, 영어 이름 따윈 안 썼다. 

이유는, 미국인 Jennifer가 한국 왔다고 한국식으로 미영이라고 이름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Jennifer와 제니퍼는 한국 사람에게는 같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인들이 발음이 다르니까 같은 이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왠지, 사대주의적인 생각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

 

이 동네에서 만난 많은 북유럽계 이민 후손들은 English speaker 조차 발음하기 힘든, 

엄청 어려운 Last name을 가지지만, 굳이 바꾸지 않는다. 

아랍계 친구들은 물론, 아프리카계 등등 이게 영어인가 뭔가 싶은 이름이 있지만 

굳이. 영어, 앵글로 색슨족스러운 이름으로 바꾸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어려워 하는 발음은 자기 소개할 때마다 계속 설명하면서 극복한다.

내  이름 발음은 **이라고. 귀찮은 일이지만 뭐 어쩔 테냐. 이게 내 이름인데.

 

아이 세명 모두 한글 이름을 쓰고 있다. (2번에 불편한 점을 소개했지만.)

이민 1세대로 한국인 정체성을 위해서라도 필요해서 고수했고 학교생활에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

 

영어 이름 없이 한국이름으로 살 수 있는데,

- 발음조차 안 되는 내 이름 같은 경우는 이니셜로 대체할 수 있다. 이를테면 TJ, HK, HJ, YJ, SK..등

  (SK 약자는 진정 좋을 것 같다. 라스트 네임이 하이닉스 이다면 더할 나위 없이.) 

- 발음이 쉬운 경우는 그냥 한국 이름을 쓰기도 하고, 예를 들어 지혜, 소영, 지원., 혜미. 등등

  (진정한 글로벌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소영! So young! 난 어려!)

- 어떤 사람들은 한글 이름 두자 중 발음이 쉬운 한 자리만 사용하기도 한다. 진, 준, 영처럼 Jin, june, young.

 

개인적으로 한국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데, 분명한 본명 두고 글로벌한 혹은 진보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굳이 영어 이름을 만드는 것은 왠지 사대주의처럼 느낀다. 진정으로 그래야 할까 싶다.

(글로벌한 것과 잉글리쉬 적인 것은 다르지 않는가?)

 

한글 이름은 독특해서, 특별한 나, 유일무이한 나를 만들 수 있어서 고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미국 젊은 층은 영어적이지 않는 것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미드 주인공 이름이 '지윤'인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미드 The Chair에서, 주인공(산드라 오) 의 이름이 "지윤"이다.  미국 TV에서 한국 이름이 나오다니!)

 

2. 사대주의를 떠나, 영어 이름이 필요하기도 하다. 

 

내 아이들은 영어 이름을 따로 사용하지 않았다. 둘째 이름이 "혜 HYE"가 들어가고 막내는 "하 HA" 글자가 들어간다. 

받침이 없으니까 발음이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HYE 글자를 보는 미국인들은 하이로 발음을 하고

HA 글자를 보는 미국인들은  헤이로 발음한다.

결국, 둘째 형을 막내 이름으로 부르고, 막내는 형아 이름으로 부르는 격. 

(막내는 형아가 되니 싫어하지 않지만 형아는 기를 쓰고 싫어한다.)

 

혜나(Hyena)란 한국의 예쁜 이름이 여기서는  하이에나(Hyena)가 되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학기 초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설명하지만, 아이들 성격상 설명하는 것을 귀찮아하거나 어렵다면, 

이름을 영어 이름으로 바꾸거나 이니셜로 해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다. 

결국, 이름이란 게 다른 사람이 나를 불러주는 것인데.

 

우리나라 이름에 흔히 들어가는 ‘호/석/범’ 자가  있다면, 본명보다 다른 영어 이름이나, 이니셜을 고려하는 게 진심으로 좋을 것 같다. 

‘호 Ho’는 ‘매춘부/ 창녀’를 지칭하는 속어 ‘Hoe’와 발음이 같고

‘석 suck’은 빨다란 뜻이지만 성관계의 특정 행위를 의미하는 비속어이며,

‘범 Bum’ 속어로 ‘백수/ 건달, 양아치/엉덩이’란 뜻이 있다.

전국의 범석호님들께는 죄송하지만 말이다.

 

미국에서 취업하며 살아간다면, 영어 이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카데믹한 기관이나 어느 특정 전문집단이 아닌 경우, 일반 회사의 서류전형에서 앵글로색슨 적이지 않는 이름은,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클로이 배넷 (Chloe Bennet)은 중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할리우드 배우로 이전에 사용한 이름은 클로이 왕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성(), ‘에서 어머니의 성(), ‘베넷으로 바꾼 덕에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다고 인터뷰하며 할리우드의 인종주의적 자세를 꼬집은 적이 있었다

 

이름으로 당한 인종차별은 증명하기 어렵지만 분명 존재하긴 한다.

 

영어 이름에 대해 이래저래 의견은 다양하다.

시민권이 있어도 한글 이름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1-2년 어학연수 와서 영어 이름을 만들기도 하고,

영어 이름은  First name으로, 한글 이름은 middle  name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결론은, 개인의 필요에 의해, 철학대로 정하면 된다.

 

PS. 검색질로 발견한 클리블랜드고등학교 저널. 너희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구나. ㅎㅎ

https://clevelandjournal.org/2149/news/name_game/